나카시마 미카, 국내 J팝붐 계보학 확인…눈물의 24년 만에 첫 단독 내한공연
10~1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
각 회차마다 2시간30분 러닝타임에 꽉 찬 세트리스트
'눈의 꽃' '글래머러스 스카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등 히트곡 망라
고음 음정조차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가창력
![[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3/NISI20250513_0001840557_web.jpg?rnd=20250513090005)
[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03년 발매한 10번째 싱글 '눈의 꽃(雪の華)'이 그런 정서를 가장 흩뿌린다. 야자와 아이 만화가 원작이자 나카시마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영화 '나나'(2005)에서 절망한 듯 반항적인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순간에도 따뜻함이 똬리릍 틀고 있었다.
나카시마가 데뷔 24년 만인 11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연 첫 단독 내한공연에선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이 이 같은 위로를 줬다.
일본 내에선 제목의 뉘앙스가 다소 강해 발표 당시 큰 호응을 못했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재조명된 곡. 너 같은 사람이 태어나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 좋아하고 기대게 됐다는 화자의 고백은 큰 울림을 줬다.
이번 나카시마 콘서트를 다녀온 K팝 그룹 '더보이즈' 멤버 주학년이 팬들과 소통 플랫폼에서 이 곡에 감동 받았다며 커버할 수도 있다고 고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카시마의 이번 내한공연은 2001년 싱글 '스타스'로 데뷔한 뒤 2000년대 영원에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구축했지만, 이것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장면들이 수두룩했다. 과거의 영광에만 기대는 가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이라는 걸 증거한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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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카시마의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J-팝의 인기 계보학을 확인해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실 현재 J-팝 신드롬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거쳐 J-팝 붐이 일었었다. 나카시마는 그 중 한자리를 꿰고 있었다. 최근 요네즈 켄시, 아이묭, 유우리 내한공연의 관객층은 20대가 주축이었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이번 나카시마 공연은 30대 이상이 82%를 차지했다. 화정체육관은 '요아소비', '미세스 그린 애플' 등 일본 핫한 그룹들이 첫 내한공연한 장소라 의미가 또 남달랐다.
첫 곡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부터 나카시마의 매력이 드러났다. 곡 분위기를 해석한 예술적인 의상과 우아하면서 청아한 보컬이 몰입도를 높였다. 빗줄기처럼 여러 줄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를 썼는데, 관객의 감정도 우수수 쏟아내려졌다.
'가장 아름다운 나를'에선 선홍빛 긴 속눈썹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꽃다발(花束)'에서 곡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가창력이 울림을 안겼다. 록 풍의 '저스티스(Justice)'에선 분위기를 바꿨다. 라이브 밴드의 탄탄한 실력이 드러났다. '나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 땐 검정 모자를 깊게 눌러 썼는데 마치 나나가 성장해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드록 '러브 이스 엑스터시(LOVE IS ECSTACY)'에선 강렬한 보컬 색을 드러내며 팔색조 면모를 뽐냈다.
멘트를 전달할 때 팬들과 소통의 편의를 위해 통역가를 두기도 한 나카시마는 세트리스트에 고민이 많았다며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어서 일부 곡은 메들리로 묶었다고 했다. 그래서 전반부에 '올웨이스' '오리온' 같은 발라드가 메들리로 묶였고, 후반부엔 '라이프' '오버로드'처럼 신나는 곡들이 메들리에 포함됐다.
![[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3/NISI20250513_0001840550_web.jpg?rnd=20250513085810)
[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카시마는 상당수 곡에서 무용수를 등장시켜 감정 표현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발레, 현대무용이 주를 이뤘다. '불협화음'에선 특히 무용수의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절제된 움직임과 나카시마의 고음이 대비를 이루며 감정을 뒤흔들었다. 신나는 곡 메들리 뒤에 바로 들려준 '위 아 올 스타스'는 흥겨움의 정점이었다.
이날 공연은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였다. 특히 '미라클 포 유'를 부를 때 입고 등장한 연한 민트색 옷은 객석의 감탄을 불렀다. '연분홍빛 춤 출 무렵'을 거쳐 마침내 '눈의 꽃'의 전주가 나오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객석에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가 켜졌고, 내내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던 관객들은 조금 더 크게 떼창했다. 나카시마는 관객들의 합창에 한동안 귀를 기울였다.
나카시마는 "원래 오늘은 여러분들이 더 오고 싶다고 말씀을 안 해주셨으면 공연이 없던 날이었다"면서 "한국에서 라이브를 처음 하는데 추가 공연이 나올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앙코르곡 '언페어' '디어' '파인드 더 웨이'까지 나카시마는 멘트를 많이 하지 않고도 2시간30분을 가득 채우며 빈틈 없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고음에서도 음정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풍성한 울림이 일품이었다.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좋은 가수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관개방증을 앓아 한동안 가수 생활을 접었다, 다시 일어나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가수의 노래에 대한 진심의 흡입력은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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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카시마 미카. (사진 = 유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공연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먹먹해진 건 객석에 앉아 있던 스타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나카시마의 팬이었다는 방송인 홍석천은 "(일본 패션 잡지) 논노(non-no)를 열심히 보던 때의 감성이 차 올라 뭉클해졌다"고, 노래에도 일가견이 있는 배우 고준(김준호)은 "향수가 넘쳤을 뿐 아니라 지금 시대의 가수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추억의 가수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그 아티스트뿐 아니라 팬들도 고귀해진다. 나카시마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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