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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윤정 "정준원과 로맨스 각광 아무도 예상못해"

등록 2025.05.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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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고윤정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tvN 주말극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슬전생)은 의학 드라마라기보다 판타지 로맨스물에 가까웠다.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편성이 미뤄져 1년 여 만에 전파를 탔는데, 현실과 동떨어져 '몰입이 안 된다'는 혹평이 적지 않았다. 초반부터 산부인과 1년차 레지던트 '오이영'(고윤정)과 사돈인 4년차 '구도원'(정준원) 러브라인이 나와 작위적으로 느껴졌지만, 두 사람 로맨스가 불이 붙으면서 시청률도 탄력을 받았다. 1회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2회 8.1%로 막을 내렸다. 고윤정(29)은 "방송되기 전까지 아무도 이영과 도원이 각광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주변에서 '정준원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2회만에 사랑에 빠져서 놀랐고, 3회에 손을 잡아서 '벌써요?'라고 했다. 슬의생에도 나왔지만, 1년 차 때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꼽아도 사랑에 빠진다고 하더라. 힘들고 불안한 상황에서 도원이 지켜주면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납득했다. 감독, 작가님도 이영과 도원이 사랑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오빠, 슈퍼스타 된 기분이 어때?'라고 하면 '너네 덕분이지'라고 하더라.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정준원 남친짤'이 뜨고, 이영과 도원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둘이 설렌다'는 댓글을 보고 '많이 좋아해주는구나' '멜로 라인을 재미있어 하는구나' 싶었다. 나도 1년 만에 보는 거라서 처음 보는 시청자처럼 몰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리즈(2020~2021) 스핀오프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생활과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자체가 비현실적인 데다가, '고윤정 같은 외모의 의사가 어디 있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초반에는 화려한 외모와 무표정 연기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극중 이영이 성장하듯 고윤정도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신원호(49) PD는 "고윤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무표정 연기"라고 극찬했다.

"신 감독님이 인터뷰한 걸 보고 처음 알았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감독님이 다행히 좋게 봐준 것 같다"며 "이영은 계속 무표정이 디폴트니까, 조금만 감정을 표현하면 부각될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티를 내면 과장 돼 나빠 보이니 적당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기복이 심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님이 '고윤정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같다'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생각하는 어른다운 말투와 성숙한 성격이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현장에서도 초5 아들 대하듯 했다"며 "작가님이 초반에 1~2회 정도 극본을 쓰고, 내가 캐스팅된 다음에 많이 참고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싱크로율이 더 높았다"고 부연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내 능력치와 재능을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봤다.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초반엔 연기가 전공이 아니라서 낯설고 즐겁지도 않았다. 미술은 오래 해 뒷받침되는 재능이 있었지만, 연기는 0부터 시작해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걸 느끼게 해준 게 동료들이었다. '환혼'부터 '무빙' '슬전생'까지 항상 운이 좋았고, 모든 현장의 동료 배우들이 착하고 유쾌했다. 성격이 잘 맞는 친구들과 일했고, 이영이가 도원을 좋아하는 마음처럼 의지하게 됐다."
[인터뷰]고윤정 "정준원과 로맨스 각광 아무도 예상못해"


슬전생은 사회 초년생 이야기를 담았지만, 정작 MZ세대에게 큰 공감을 받지는 못했다. 초반에 이영은 상사 지시에 "이걸 제가요?"라고 물었는데, 자칫 밉상처럼 보일까봐 우려하진 않았을까. "이영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1년차 캐릭터가 다 달라서 초반 회차에는 캐릭터성을 부각시켰다"며 "이영은 빚이 많아서 단지 돈만 벌러 왔고 의욕이 하나도 없었다. 이영이 욕 먹을까 봐 걱정하진 않았고, 중·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와 관계성이 풀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걸 보면 캐릭터에 정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고 짚었다.

이영은 산부인과 펠로우 '명은원'(김혜인)으로 인해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혀 억울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은원 같은 상사가 있으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엔 "때려 쳤을 것 같다. 무리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나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사실 절대적인 빌런으로 나오고 이해할 구석도 없는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힘들다. 그렇게 욕심을 내는 이유 등 서사 없었지만, 혜인 선배가 연기를 잘 해줬다. 나긋나긋하게 대사를 해줘 나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고 했다.

거의 매회 슬의생 주연들이 특별출연 해 세계관을 넓혔다. 반가워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슬의생에 너무 의존하고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계관을 공유하다보니 슬의생 선배들이 카메오로 매회 나왔다. 극본을 처음 받았을 땐 '내가 여기에 들어간다고?' 싶더라. 얼떨떨한 게 제일 컸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10회에 '이익준'(조정석)·'채송화'(전미도) 교수님이 나왔을 때 연극 보듯이 봤다. 내 촬영은 끝난 상태였는데, '남경'(신시아)이한테 '기다렸다가 보고 가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나영석(49), 신원호 PD도 카메오 출연했는데, "현장에서 '나 PD님 연기가 늘었다'는 반응이 있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하숙생으로 잠깐 나왔는데, 연기를 잘 하더라. 나를 선배처럼 대하면서 '대사 외우는 게 어렵다'고 했다. 유명한 PD님인데 그렇게 대해주니까 어색하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인터뷰]고윤정 "정준원과 로맨스 각광 아무도 예상못해"


고윤정은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연기를 시작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연기에 꽂힌 데는 상반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은 혼자 잘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연기는 내가 70%만 해도 연출, 편집, 후반작업, 컴퓨터그래픽(CG) 등이 들어가면 100%가 돼 완성도가 높게 나온다. 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소속감이라고 할까. 끈끈함이 좋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작품이라서 가슴이 뛴다"고 털어놨다.

슬전생은 무빙 못지않게 분량이 많았다면서 "교수, 환자, 전공의, 언니, 형부 등 관계가 많았다. 캐릭터 성격을 가져가도 다 다르게 대하는 것처럼 차이를 명확하게 두려고 했다. 집중력을 한 번 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몸 관리를 잘 해야 했다. 촬영이 많고 쉬는 시간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이번에도 감기에 자주 걸려서 후시녹음을 많이 했다. 몸 관리를 못하는 것도 실력이자 내 역량"이라며 아쉬워했다.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도 잊지 잊지 않았다. "슬전생은 '괜찮아, 원래 다 못해. 처음부터 잘할 순 없어. 배우면 돼'라는 이해의 메시지를 줬다. 교수님들도 프로페셔널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그들 역시 동기끼리 질투하고 의지한다. 어떻게 처음부터 잘 하겠느냐. 시작은 다 서툴다. 사회 초년생일 때 못하는 게 나중에 못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모르고 못하는 건 당연하니까 열심히 질문하고 수용하고 성장하면 되지 않을까.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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