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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새론 유작 '기타맨', 복귀 디딤돌 되길 바랐죠"

등록 2025.05.11 09: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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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공동연출 성원제약 이선정 대표

여론악화·반대 무릅쓰고 김새론 캐스팅

"고인과 약속 지키기 위해 30일 개봉"

OST '아픔없는 세상' 공개…수익 기부

"생전 김새론 밝은 모습 보여주고파"

총 10곡 작사·작곡 "음악으로 승부"

"이선정밴드로 불리는게 가장 행복"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새론(25)이 떠난 지 3개월 흘렀지만,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37)과 교제 의혹부터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위약금 7억원 내용증명까지 진실공방이 여전하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지난해 말께 영화 '기타맨'으로 복귀 의지를 다졌지만, 5월 개봉을 앞두고 유작이 됐다. 각종 의혹이 풀리지 않았지만, 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이가 있다.

기타맨 제작자인 성원제약 이선정 대표다.

"사실 김새론씨를 캐스팅할 때 제작 프로듀서도 많이 반대했어요. 점쳐둔 배우가 있었지만, '한 번 미팅을 해보자'고 해 만났죠. '꼭 하고 싶다'고 어필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보고, 아쉬운 부분은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라며 의견을 줬어요. 저 역시 모험이었지만, 열정적인 모습에 마음이 놓였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 사회적으로 논란거리가 많지만, 사람을 해한 건 아니지 않느냐. 젊고 유능하니까 기타맨이 디딤돌이 돼 메이저에 화려하게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당초 정한 5월30일에 개봉하는 이유도, 새론이와 약속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천재적인 무명 기타리스트 '이기철'(이선정)이 언더밴드 '볼케이노'에 가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새론은 볼케이노 키보디스트 '신유진'을 맡았다. 원래 유진 역은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나이대가 높았지만, 김새론 캐스팅 후 극본을 수정했다. 유진은 고아원 출신으로 기철의 아픔을 공감하며 연민을 느끼는 인물이다. 기철은 유진을 통해 세상의 증오심이 사라진다.

"나이 차를 제일 걱정했다. 극중에서도 스무살 차이로 나온다"며 "처음에는 새론이와 (연기 호흡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편집하고 보니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럽더라. 의외였다. 찍을 때는 다 평가가 안 되더라. 편집실 들어가서 카메라를 다 까놓고 보니 '이 친구, 연기를 정말 잘하구나' 싶었다. 그때는 대충 하는 것 같았는데,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새론

김새론


기타맨은 이 대표가 '이선정밴드'로 활동하며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제작은 물론 각본, 공동연출, 출연, 음악까지 맡았다. 극본을 쓰는 데 두 달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촬영 중간 연출진을 교체해 애를 먹었다. 신재호(개명 전 신동엽) 감독에서 김종면 감독으로 바뀌면서 다시 찍은 장면도 많다. "연기하다가 연출하다가 정신이 없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집중하지 못해 아쉽다"며 "새론이가 연기를 잘해줘서 많이 덮어줬다. 내 연기가 어색한 신은 과감하게 뺐다"고 설명했다.

"새론이가 촬영하면서 남자친구 문제는 얘기를 안 했지만, 환경, 금전적인 고민 등을 털어놨어요. 당시 커피숍 알바를 했는데, '저 돈 많이 벌어야 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얼굴에 그늘이 많았어요. 같이 있을 때 장난 치고 웃다 가도, 쉴 때는 늘 차 안에 있었죠. 매니저 승용차가 좁은데도 잘 나오지 않았어요. 편집하면서 새론이를 계속 보는 게 힘들죠. 같이 찍으면서 얘기한 걸 상기해야 하잖아요. 부고를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았어요. 저도 사업하며 배신을 당해 부도 위기까지 가 힘들었거든요. '죽을 것만큼 고통스러워도 영원한 건 없다'고 얘기해줬는데, 이렇게 떠나 안타깝죠."

최근 기타맨 OST '아픔없는 세상'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음원 수익은 한국생명존중희망센터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계속 기사가 나오고, 고인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지 않았느냐. 사실과 가짜가 난무하는 상황 속 새론이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주변에서 '이 시기 발매하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니냐'며 욕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새론이 생전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밝은 모습 다시 봐서 좋다' '보고 싶다'는 댓글이 많아 '내가 실수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타맨에 나오는 노래 총 10곡 작사·작곡·편곡했으며, 정규 앨범으로도 발매할 계획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메인 음악인 '라이츠 고 아웃'(Lights go out)을 꼽았다. "극중 새론이가 작사하고, 기철이 작곡한 곡"이라며 "가장 아프고 슬픈 장면에 이 음악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음악에만 1억원을 썼다. 영화에 어떻게 음악을 녹일지 가장 힘들었다. '음악에 공을 많이 들였구나'라고 느낄 것"이라며 "음악영화라서 음악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제작자가 직접 연기까지 하는 건 흔치 않다. 기철 역에 다른 남자 배우 캐스팅은 고려하지 않았을까. "내가 음악 하면서 겪은 내용이다 보니, 다른 배우는 그 감성을 절대 연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극중 술주정뱅이 아저씨랑 싸우고, 술 먹고 방황하고, 돈 없어서 쫓겨나는 신 등에서 진정성을 보여줬다. 난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과거 음악 했을 때를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다른 남자 배우 캐스팅 고민은 전혀 안 했어요. 유명한 배우를 쓰면 배급 등에 유리하지만, 전 영화 흥행이 목적은 아니에요. 제 음악을 영화를 통해서라도 듣게 하고 싶었죠. 록이 한창 부흥하고 잘 됐을 때부터 밴드 생활을 했는데, 세상이 너무 바뀌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밴드 음악으로 노출을 할 수 없더라고요. 라디오 스케줄 하나 잡기도 힘들어요. 저는 음악 생활을 계속 하고 싶은데, 아무도 노출을 안 해주면 혼자만의 음악이 되잖아요. 몇 명이라도 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2011년 이선정밴드로 데뷔, 앨범 9장을 냈다. 생활고로 인해 성원제약을 차렸고 약 10년간 음악을 포기할 때도 있었으나, "음악 없이는 못 산다"는 주의다. 김수미(1949~2024) 유작인 '홍어의 역습'을 처음으로 제작했지만, 개봉이 미뤄진 상태다. 음악으로 외계인을 물리치는 병맛 코미디 영화다. "김수미 선생님이 계약서를 사인하면서 '보는 순간 내 영화였어. 몸빼 바지 입고 딱 나오는 거야'라고 했다"며 "계약하고 바로 계약금을 완불로 드렸는데, '오늘 내 생일이야. 생일날 계약서 처음 써봐서 뜻 깊네'라고 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스케줄이 꽉 차 있었는데, 예능 촬영이 밀리면서 이 영화를 찍을 상황이 됐다고 하더라. '하나님이 시킨 거라는 촉이 왔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기타리스트 7명과 함께 한 다큐 음악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업가로도 성공했지만, "이선정밴드로 기억되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 대표는 고체치약을 최초로 개발했고, 마유크림 등으로 유명세를 탔다. 최근 개발한 액상면봉은 판매하자마자 품절, 재생산하고 있다.

"제 꿈은 영화인이 되는 게 아니에요. 잘 모르는 분들은 '돈이 많아서 어렸을 때 꿈을 실천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일하고 영화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절대 취미로 대충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직원들은 서운해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음악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고정 팬들이 있어서 콘서트를 원 없이 하고, 밴드 멤버들 월급 줄 정도만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른데서 벌어서 월급을 주는 게 아니라, 음악 하면서 최저 생계비 이상으로 월급 주고, 제가 편안히 작곡하고 앨범 준비할 수 있는 수익이 나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죠."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5.08. ks@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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