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5000' 공염불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 '코스피 5000' 공염불되지 않으려면](https://image.newsis.com/2025/04/28/NISI20250428_0001829120_web.jpg?rnd=20250428093650)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코스피 5000시대'를 약속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결국 실패했다. 현재로서도 '코스피 5000'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그러나 언젠가는 가야만 하는 길인 것 또한 분명하다.
우리 증시가 번번이 상향 돌파에 실패하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 외국인 투자자들 매도세 등이 꼽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증시의 허약 체질에 있다. 남들 오를 때 못 오르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지는 것은 이미 국내 증시의 오랜 고질병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역시 저점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이는 우리 증시의 안정성을 약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취약한 건전성도 문제다. 잊을 만하면 주가 조작, 투자 사기 등 각종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며 황당한 이유로 묶인 테마주들이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한다.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해봤자 큰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이른바 '단타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장에서는 주가조작으로 돈을 벌어도 힘만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깊은 불신이 퍼져 있다.
당장 올해 주가 수익률만 봐도 우리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정치 테마주 만이 상위에 진을 치고 있다. 단적인 예이지만 그만큼 우리 증시의 낮은 건전성과 후진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 지수는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더해 환산한 임의의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숫자의 기반이 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주가는 현재의 이익, 자산 등 정량적 요소는 물론 기업의 건전성, 지배구조, 사회적 가치 등 정성적인 변수들이 복잡하게 엮인 함수값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0년 벤처기업 붐을 타고 한때 3000선에 육박했던 코스닥 지수가 닷컴버블 거품이 꺼지면서 1년여 만에 500선까지 폭락한 뒤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700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점을 외부에서 찾으면 안 된다. 모든 문제는 내부에 있다.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국내 증시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튼튼한 집이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초공사는 보이지 않아도 가장 먼저 정성스럽게 해야 한다. 코스피 5000이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기초공사를 단단히 해야 한다. 새 정권에서는 코스피의 최고가 달성과 같은 긍정적인 소식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