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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에 국론분열…이젠 '국민통합'의 시간[기자수첩]

등록 2025.04.04 14:57:28수정 2025.04.09 11: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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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에 국론분열…이젠 '국민통합'의 시간[기자수첩]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때 입니다"

"어딜 돌아가라는 거야?" "쪽바리" "XX버린다"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내려지기 두 시간 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찬성 측 집회 현장에 ‘제자리로 돌아가자’는 팻말을 든 한 노인이 등장했다.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뜻의 문구였지만, 이를 목격한 참가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비난으로 받아들였다.

참가자들은 시위자를 몰아세운 뒤 "태극기 부대가 왜 여기까지 왔냐"며 고성을 지르고 격노했다. 이 시위자는 “탄핵 찬성입니다. 선고가 나면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입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격앙된 군중은 끝내 그를 집회 현장에서 내쫓았다.

같은 날 오전 헌재의 파면 결정에 격분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는 안국역 인근 수운회관 앞에 설치된 경찰 버스에 다가가 곤봉으로 유리창을 내리쳤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장면들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야기된 우리 사회의 분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폐해는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일상의 대화와 공론장을 잠식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안건 상정을 앞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현장을 취재하는 취재진들을 향해 "시진핑이나 김일성을 욕해봐라"라며 사상 검증까지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기만 해도 의심을 받았고 언론은 '좌파 매체'로 낙인이 찍혔다.

지난 1월 19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는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고,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는 집회 현장 경계를 강화하는 경찰을 조롱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배와 국민 배신을 기준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헌정질서에 따라 내려진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헌정질서가 무너졌던 지난 몇 달, 정치적 진영을 넘어선 피로감과 불안은 국민 모두의 몫이었다.

거리로 나와 '파면' 혹은 '기각'을 외쳤던 탄핵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한 혐오와 마녀사냥을 멈추고, 성찰과 회복의 여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흔들리는 환율을 비롯해 물가 상승, 가계부채 위기 등 대내외적 경제위기 회복을 살피고 무너진 민생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

오늘 헌재의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혐오와 증오로 뒤덮여 침해됐던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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