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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됐다 풀려난 어부 간첩 몰려 옥살이…51년 만에 재심 무죄

등록 2025.02.24 15:00:00수정 2025.02.24 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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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법 구금·고문도 있었다"

판결 후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 사과

[전주=뉴시스] 전주지방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전주=뉴시스] 전주지방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북한에 납치를 당해 풀려났지만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문과 함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납북 어부가 5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의 두 눈에 흙이 들어간 지 36년 만이다.

전주지법 제3-3형사부(부장판사 정세진)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 대한 재심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송씨는 지난 1960년 5월19일 어로작업을 하던 중 북한의 경비정에 피랍돼 약 일주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인에게 "이북은 돈이 없어도 학교는 대학까지 보내준다더라" "우리가 북에서 떠나 다시 돌아갈 때 많은 이들이 나와서 환송해줬더라"라고 발언하는 등 이적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지난 1973년 6월 이러한 혐의로 구속된 뒤 같은 해 7월 재판을 받았다. 당시 1심 법원은 송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항소심 법원은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송씨는 형기를 마친 뒤 지난 1989년 6월13일 사망했다. 이후 송씨의 딸은 "당시 송씨가 구속됐을 당시 영장 없이 구금됐으며 이후 송씨를 향한 고문 등이 있었다"고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진행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구속영장 발부·집행 이전 불법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과정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또 피고인의 말을 들은 다른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서도 일부는 피고인이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발언을 들은 게 없다고 하거나 대강 이북 얘기만 들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볼 때 이들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반공법은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이롭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며 "설령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경험한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일 뿐, 위 발언이 찬양·고무의 고의가 있거나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을 마친 재판부는 송씨의 딸을 향해 "재판부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luke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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