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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장한다'…'여혐' 인플루언서의 몰락

등록 2023.08.30 09:11:43수정 2023.08.30 0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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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 인신매매 혐의로 법정行

'강한 남성 돼라' 메시지로 젊은층에서 인지도 높아

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 일으켜…'강간문화 퍼뜨려'

[부쿠레슈티=AP/뉴시스] 영국의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36)가 지난 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외곽에서 가택연금이 해제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8.30

[부쿠레슈티=AP/뉴시스] 영국의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36)가 지난 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외곽에서 가택연금이 해제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8.30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영국의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36)는 국내에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유튜브 검색창에 이 사람의 이름을 입력하면 수많은 영상이 검색된다. 한두개를 보고나면 알고리즘은 쉬지 않고 관련 영상을 추천해준다. 보통 이런 영상들은 클릭율이나 시청 지속시간 등의 지표가 매우 양호하다. 영상 속 주인공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주 열성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직 격투기 선수이자 온라인 사업가인 앤드루 테이트는 지난 2016년부터 TV쇼나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추종 세력을 거느리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수는 690만명을 넘는다. 남성들의 각성을 돕는다는 그의 메시지는 유튜브, 팟캐스트, 트위터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온라인 상에서의 유명세와는 대조적으로 오프라인에서는 '금칙어'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앤드루 테이트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추종자보다 '안티'의 수는 훨씬 더 많다. 그의 과격한 메시지가 여성 혐오와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서야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병리적 현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었다. '인셀(비자발적 독신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 커뮤니티' 내에서 생겨난 혐오 정서가 범죄의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리고 2018년 캐나다 토론토 승합차 돌진 사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누가 집단적 분노에 불을 붙였을까.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앤드루 테이트다.

앤드루 테이트는 자신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강하고, 유능한 남성이 되라는 것이다. 그래야 큰 돈을 벌어 매력적인 여성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앤드루 테이트의 세계관 속에서 남성은 경쟁에서 승리해 높은 서열을 차지하려는 본성을 가진 존재다. 그는 남성성을 회복하려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쉴새 없이 일하고,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한다.

하지만 앤드루 테이트의 말은 남성들에 대한 단순한 멘토링에 그치지 않는다. 카메라와 마이크만 들이대면 쉴틈 없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적을 만들어 낸다. 세상에는 남성을 나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차 있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과 PC주의가 그런 것들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도 끊임 없는 논란을 만들어낸다. 그에게 있어 여성은 본능적으로 강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존재다. 그래서 여성은 전통적인 성(性)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외친다. '여성은 본질적으로 게으르다' '독립적인 여성은 없다'와 같은 주장을 쏟아낸다.

심지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을 때는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그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됐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 세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문명과 행동 양식들을 거부하고 '동물의 왕국'을 만들자는 주장은 퇴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앤드루 테이트는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빨간약'을 먹고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한다. 그런데 최근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성인용 웹캠 사업을 벌이면서 다수의 여성을 인신매매하고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6월 루마니아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이다. BBC가 최근 입수한 수사 기록에는 앤드루 테이트와 그의 동생이 연애 감정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신체적 폭력과 정신적 강요 행위를 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앤드루 테이트는 여전히 '신의 뜻에 따라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혐오 감정을 이용해 여러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물이다. 영국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레이프 크라이시스’(Rape Crisis)의 제인 버틀러 최고경영자는 "테이트가 퍼트리고 있는 여성혐오적 강간 문화(rape culture)의 위험한 이념에 깊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강간 문화란 대중문화 등 성별과 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따라 성폭력이 규범화·용인되는 환경을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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