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옆집간호사 구슬언니 "'태움'에 대한 오해 가슴아파"[일문일답]

등록 2023.08.11 05:38:04수정 2023.08.11 10:59: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쇼츠 대박 비결? 현실 고증과 공감대"

"드라마 속 간호사, 환자 이름만 불러"

"현실은 업무의 늪…쓰레기통도 뒤져"

"'태움 문화' 과장된 면 있다 생각"

"딸, 간호사가 꿈…지금 환경에선 별로"

"외모 악플 괜찮지만…간호사 욕은 속상"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 1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 1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드라마에서 속 간호사는 늘 차트 들고 돌아다니기만 하잖아요. 대중들이 실제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더라고요."

지난 1일 뉴시스가 만난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37·본명 이구슬)'의 말이다. 그는 응급전문간호사로 13년 이상 근무했고, 이후 크리에이터로 전향해 간호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주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썰'을 풀거나, '간호사가 빨래할 때 가장 끔찍한 순간' 등의 상황극을 통해 간호사의 일상을 드러낸다. 특히 쇼츠 영상의 경우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구슬언니는 콘텐츠 성공의 비결로 '공감대'를 꼽았다. 그는 "14년 동안 간호사 생활을 하며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담다 보니, 현실 고증이 잘 된 것 같다"면서 "가장 많이 달렸던 댓글 내용이 '연기 같지 않고 너무 똑같다'였다"고 밝혔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무능한 간호사'의 모습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드라마 속 간호사들이 하는 일은 환자 이름을 부르는 것밖에 없다"면서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자꾸 비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현실 속 간호사의 업무는 확연히 달랐다. 구슬언니는 "(하는 일이)엄청 많다. 손이 모자라면 환자 침대도 간호사가 깔고, 물건이 없어지면 간호사가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찾아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사람들이)모든 일에 간호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 변기가 막혀도, 벌레가 나타나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간호사에게 얘기한다"면서 "병원에는 간호사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만약 자녀가 간호사를 하고 싶어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사실 지금 내 딸이 간호사 하겠다고 한다. 아직 아기지만"이라면서 웃었다.

이어 "과거 강연에서 '내 최종 목표는 우리 아이들을 마음 놓고 간호사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날이 실제로 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 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 1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 1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래는 옆집간호사 구슬언니와의 일문일답.

-'응급 전문 간호사'는 어떤 영역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인가.

"일단 응급실에서 3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응급전문 간호대학원'을 갈 수 있다. 대학원을 수료 혹은 졸업하고 전문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자격을 취득하는 거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응급전문간호사의 업무가 정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나는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그냥 일반 간호사와 거의 동일하게 활동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2020년 5월경, 두 아이를 출산한 후 육아휴직을 하던 중 취미 생활로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크리에이터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쇼츠 콘텐츠는 처음 올렸을 때부터 수백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등 반응이 너무 좋았다.

"맞다. 그냥 재미로 찍어서 올린 거였는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여러 가지 주제를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인기의 비결은 뭐였을까.

"쇼츠에 담긴 내용은 내가 13년 동안 간호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 고증이 잘 된 것 같다. 신규 간호사와 경력직 간호사들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묘사한 거다. 가장 많이 받았던 댓글이 '연기 같지 않다' '너무 똑같다'였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많이 느껴져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시청자는 현직 간호사가 대다수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구독자 30~40퍼센트는 간호사가 아닌 분들이다. 성별은 여자가 80퍼센트 정도고, 나이대는 만 18세부터 34살까지가 반 이상이다."

-첫 롱폼 영상들은 완전히 정보성 콘텐츠던데, 예능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뭔가.

"사실 처음에는 간호과 학생들과 신규 간호사들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구독자층에 한계가 있더라."

"그러다 한번 '떡상'했던 영상이 있다. '주사 모형' 영상이다. 당시 그냥 심심해서 연습용 주사 모형을 직구해서 리뷰했는데, 롱폼 영상임에도 조회수 100만회가 넘었다. 심지어 일반인 구독자도 많이 유입됐다. 그 계기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고, 이후 쇼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분위기가 예능 쪽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정보 영상을 많이 못 올려서 '초심을 잃었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보면 매우 활달한 성격으로 보인다. 크리에이터 생활은 성격에 잘 맞나.

"아주 잘 맞는다. 사실 간호사로 근무할 때도 대체로 즐겁게 일했던 것 같다. 힘들면 가끔 술도 먹었지만 유쾌하게 지냈다."

-'미디어 속 간호사'와 '현실 간호사'를 비교하는 형식의 콘텐츠가 많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보통 드라마에서 병원이 나오면, 간호사는 늘 차트 들고 돌아다니기만 한다. 하는 일은 환자 이름을 부르는 것밖에 없다. 별거 아닌 일에도 당황한다. 대중들이 실제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더라. 환자를 살리는 행위는 '의사들만 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게 아쉬웠다. 그런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다. 그래도 최근 나오는 의학 드라마들은 굉장히 현실 반영을 잘해 주고 있어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들었다.

"(하는 일이)엄청 많다. 미디어에서만 봐도 환자가 위급할 때 발견하는 게 거의 간호사 아닌가. 드라마에선 즉시 의사들이 와서 처치하지만, 실제로는 병동에 의사들이 잘 없다. 간호사가 위급환자를 발견해서 조치를 다 취하면 그때 의사가 온다. 또 손이 모자라면 환자 침대도 간호사가 깔고, 물건이 없어지면 간호사가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찾아낸다."

"사실 (사람들이)모든 일에 간호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 변기가 막혀도, 벌레가 나타나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간호사에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간호사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는 거다."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의 쇼츠 상황극 콘텐츠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영상 캡처)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응급전문간호사 출신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의 쇼츠 상황극 콘텐츠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영상 캡처)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간호사라고 하면 '태움'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극심한 태움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편견이 조장된 면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분위기가 엄격한 편인 건 맞다. 하지만 어떤 직장이든 선후배 관계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그런데 포털사이트 사전을 찾아보면 '태움'이라는 단어에 간호사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 점이 가슴이 아프다."

"또 간호사와 태움을 긴밀히 연결 짓다 보니, 신규 선생님들도 '간호사여서 이렇게 힘든 거구나'라고 속단하게 되는 것 같다. 간호학과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경험해 보지도 않은 태움에 대해서 상상하고 걱정한다. 그렇게 직장에 들어오면 모든 게 태움으로 보이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도 TV에 나오는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간호사 직무가 워낙 힘들다 보니, 오히려 동료들과 끈끈해지기도 할 것 같다.

"맞다. 어느 정도 병원에 적응하게 되면 그렇게 된다. 만약 업무에 여유가 있다면 친구끼리 스케줄을 바꿔주기도 하고, 조금 먼저 끝난 친구가 일이 남은 친구를 도와주기도 한다."

-간호사로 근무할 당시 가장 두려운 상황은 뭐였나.

"내가 모르는 질환의 환자를 처음 봤을 때. 물론 선배들도 무서웠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데 내가 모르는 부분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두려웠다. 그런데 신규 간호사 시절엔 모든 환자가 그렇지 않나. 버겁고 힘들었다."

-진상 환자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들의 행태를 알려줄 수 있나.

"일단은 호칭 자체가 다르다. '아가씨' '어이' '언니'다. 그리고 사실 간호사들이 받는 컴플레인 내용의 반 이상은 간호사의 잘못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의사가 늦게 내려와서 약 처방이 늦게 나올 경우, 그 욕은 우리가 신나게 먹는다. 그런데 정작 의사가 오면 (진상 환자가) 정중하게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말 속상하고 '현타' 오는 거다."

-간호사는 '중도 포기자'가 많은 업종에 속한다고 알고 있다. 이유는 뭔가.

"물론 생명을 다루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지만, 그냥 일 자체가 너무 많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초창기 때는 한 달에 점심을 네다섯 번밖에 못 먹었다. 바빠서 식당을 못 내려간다. 또 3교대 근무가 힘들어서 오래 못하는 분도 있다. 나는 다행히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라 건강을 해치지 않았는데,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여성이 많다 보니, 결혼하거나 출산하면 교대 근무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대체로 업무의 과중 때문. 그럼 급여나 복지 부분은 어떤가.

"모든 직장인은 자기 월급에 만족을 못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너네 돈 잘 벌지 않냐'라고 하고, 실제로 초봉치고 많이 받기는 한다. 그런데 간호사는 직군 자체가 많지 않아서 승진이 별로 없다. 내가 13년 차 때 신규 간호사와 월급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친구들은 야간 근무를 많이 해서 나보다 월급이 많았다. 즉 급여의 상승폭이 작고, 절대적인 액수도 업무량에 비해서는 작게 느껴진다."

-해외는 간호사 대우가 좋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 가는 케이스가 많은가.

"요즘은 많이들 (해외 취업을)생각하더라. 대우도 좋고 복지도 좋은 게 맞다. 생활비로 지출이 많이 나가서 결국 비슷하다는 말도 있지만, 업무량 자체가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 그래서 (해외에) 가신 분들은 다 한국을 나오길 추천하신다."

"근데 나는 영어도 잘 못하고, 개인적으로 한국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일을 해도 힘든데, 말 안 통하는 외국에서 일하면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뉴시스]'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달 12일 올린 '구슬언니 첫번째 팬미팅' 영상 중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영상 캡처)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옆집간호사 구슬언니'가 지난달 12일 올린 '구슬언니 첫번째 팬미팅' 영상 중 (사진=옆집간호사 구슬언니 영상 캡처)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정치권에서는 간호법 재추진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 현직에 있었던 사람의 입장을 물어보고 싶다.

"조심스럽지만 간호사 입장에서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간호법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직군들과 부딪히는 지점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서로 효율적으로 협의해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게 한쪽의 입장에서만 보면 다 맞는 말이지만, 또 상대 직군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입장도 분명히 있는 거다. 나는 그 직업이 안 돼 봤고, 그들의 일을 안 해봤기 때문에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 힘든 주제다."

-만약 자녀가 '나도 엄마처럼 간호사 하겠다'고 한다면, 허락할 건가.

"사실 지금 내 딸이 간호사 하겠다고 한다. 아직 아기지만. 언제 한번 강연에서 '내 최종 목표는 우리 아이들을 마음 놓고 간호사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날이 실제로 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 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본인이 간호사가 된 것에 후회는 없나.

"없다."

-혹시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엄마가 하라고 했다. 친오빠가 한의사이다 보니 '너도 병원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취업이 보장된 과라는 점도 일조했다. 실제로 해 보니 성향에도 잘 맞더라. 사실 주어진 일은 다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뭘 해도 했을 거긴 하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뿌듯한 점이 있다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런 일까지 할 줄 몰랐다'는 이런 댓글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 응급실에 관련된 영상에는 '응급실 앞에 이걸 틀어놔야 한다' '공익 광고로 올려야 된다' 등의 댓글이 달리더라. 그걸 보면 '내가 정말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나는 외모 비하 등의 악플은 신경을 거의 안 쓴다. 그런데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를 험담하는 댓글을 보면 굉장히 속상하다. 간호사의 이미지를 내 채널을 통해서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너는 병원에 있기 아까웠다' '이제야 네 일을 찾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런 반응들이다. '너랑 똑같다' '그냥 이구슬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구독자 및 시청자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일단 별 볼 일 없는 아줌마 채널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처럼 사건 터뜨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겠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병원에 갔을 땐 고생하는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감사의 말 한 마디를 전해주신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튜브가이드
▶홈페이지 : https://www.tubeguide.co.kr
▶기사문의/제보 : tubeguide@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