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어도 콘텐츠"…일상과 개그 사이, 180초[인터뷰]
가벼운 웃음 끌고 가는 스케치코미디
"채널 최대 강점? 디테일한 연기"
"쩝쩝 소리는 현실…하관 때문"
'우일이 형 폼 미쳤다' 댓글 이어져
"콩트 경험多…기승전결에 강해"
"보고, 웃고, 까먹는 개그 지향"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개그맨 임우일씨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6.13. ks@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3/06/13/NISI20230613_0019920319_web.jpg?rnd=20230613131423)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개그맨 임우일씨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6.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웃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순간 터져 나오는 '폭소'와 가볍고 은은한 '잔웃음'이다. 전자는 강렬하지만 빨리 시드는 반면, 후자는 길게 지속되는 즐거움을 준다. 최근 스케치코미디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 '180초'의 콘텐츠는 후자에 속한다.
뉴시스는 지난달 13일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80초 팀과 인터뷰를 가졌다. KBS 26기, 31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임우일(41)과 이승환(29) 듀오다. 같은 옷을 맞춰 입고 온 둘은 띠동갑의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형제 같은 모습이었다.
임우일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코미디 무대가 없어졌고, 당시엔 정말 유튜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라면서 "이 친구(이승환)와 나는 각각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둘 다 기존 팀과 이별한 후 만나서 함께하게 됐다. 각자 이혼을 한 후 재혼한 것"이라며 웃었다.
스케치코미디의 핵심은 가벼운 웃음을 끊임 없이 유발함으로써 시청자가 영상을 끝까지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확한 포인트를 강조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무대용 개그'와는 사뭇 다르다. 과장을 덜어낼 수록,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은 커진다.
임우일은 "처음으로 조회수가 터진 영상이 '깻잎 논쟁(그걸 니가 왜 잡아줘)'이었다. 그걸 보면 전혀 웃음 포인트가 없다"면서 "폭소가 아니라 그냥 '허허'하는 느낌인데, 그런 웃음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스토리를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향하는 만큼, 비현실적인 주제보다는 일상생활 속 소재를 살짝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180초 영상에서 임우일은 음식을 씹으며 심하게 쩝쩝 소리를 내곤 한다.
연기의 비결을 묻자 그는 "내 삶이 비결이다. 내가 부정교합도 있고 하관이 많이 나오다 보니…"라며 말을 줄였다. 이에 이승환은 "맞다. 그냥 스케치코미디처럼 올린 브이로그다"라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임우일은 '겁 많은 건달' '발 냄새 심한 신발 가게 손님' 등 다소 망가지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실감 나는 모습 덕분에, 영상 하단에는 '우일이형 폼 미쳤다'라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서울=뉴시스]180초가 지난 3월 올린 '...'(찐친 시리즈1) 영상 (사진=180초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3/06/27/NISI20230627_0001300499_web.jpg?rnd=20230627162759)
[서울=뉴시스]180초가 지난 3월 올린 '...'(찐친 시리즈1) 영상 (사진=180초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임우일과 이승환의 케미(호흡)도 독보적이다. 이승환은 "정말 신기했던 영상이 있다. 진짜 밥만 먹었는데 효자 콘텐츠가 돼 줬다"면서 지난 3월 올라온 '…' 영상을 언급했다. 소위 '찐친 시리즈'로, 친한 남자 두 명이 식당서 순댓국을 먹는 게 줄거리의 전부다.
아무런 내용도 없어 보이지만 실생활 속 디테일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자리에 앉을 때의 자세, 순대를 미리 꺼내 식혀 먹는 행동, 식당을 나갈 때 잠시 사탕을 고르는 연기까지 빠지지 않는다.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자산이 2800조원'이라는 뜬금없는 대화 내용은 덤이다. 마치 실시간으로 식당 옆 테이블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댓글 창에서는 "들숨 날숨으로 연기에 혼이 실렸다" "국그릇 걸쳐놓는 디테일도 대본에 있는 건가" "그냥 밥 먹는 건데 왜 재밌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해당 영상은 당시 '인급동(인기급상승동영상)' 순위에 올랐으며, 현재 조회수 약 85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승환과 임우일이 각각 2018년, 2015년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모습. (사진=유튜브 'KBS Entertain' 'KBS COMEDY: 크큭티비' 채널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3/06/27/NISI20230627_0001300522_web.jpg?rnd=20230627164342)
[서울=뉴시스]이승환과 임우일이 각각 2018년, 2015년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모습. (사진=유튜브 'KBS Entertain' 'KBS COMEDY: 크큭티비' 채널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임우일은 "똑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한 번 닦는다든지, 식탁에 깔린 휴지에 커피가 살짝 묻어 나온다든지 하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방송하면서 콩트를 많이 짜 보지 않았나. 그래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비교적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채 출신 개그 채널이 가진 강점인 셈이다.
![[서울=뉴시스]180초가 지난 25일 올린 '...'(찐친 시리즈2) 영상 (사진=180초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3/06/28/NISI20230628_0001301657_web.jpg?rnd=20230628163500)
[서울=뉴시스]180초가 지난 25일 올린 '...'(찐친 시리즈2) 영상 (사진=180초 영상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80초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사회 풍자나 비판보다는 가벼운 즐거움을 주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임우일은 "180초 영상을 보는 동안만큼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웃게 만들고 싶다"면서 "보고 웃고 까먹으면 된다. 우리 역할은 그게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민한 이슈를 다룬다고 해서 우리가 나중에 정치할 것도 아니고, 누가 한 1000억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거 말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가 많다"고 짚었다.
이승환은 "인생을 살면서 당연히 웃을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없다면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이승환은 주저하며 쉽사리 말을 맺지 못했다. 이에 임우일이 "스킵하지(영상을 넘기지) 말아 달라"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튜브가이드
▶홈페이지 : https://www.tubeguide.co.kr
▶기사문의/제보 : tubeguide@newsis.com
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