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서 유행하는 '거지방' 들어가봤다
오픈카톡 '거지방'… MZ세대 사이 큰 인기
실제 절약 효과 있을까… 직접 체험

최근 온라인 상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절약을 유도하는 오픈채팅방인 '거지방'이 유행하고 있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인터넷 상에서 큰 이슈가 된 오픈채팅방이 있다. 바로 '거지방'이다.
각자의 소비 내역을 공유하고 사치할 시 따끔하게 충고해 절약을 유도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 '거지방'은 MZ세대 청년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거지방만 수백 개에 이른다.
거지방은 일종의 시대적 현상이다. 고물가와 불경기, 취업난에 직면한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은 유쾌한 소통이다. 진지한 대화보다는 절약의 필요성을 과장하는 재치있는 질문과 답변이 주로 오간다.
'저를 운반해준 어르신께 감사의 의미로 3800원 드렸습니다.' '택시 타셨군요', '퍼스널 컬러 진단에 예약금 제외 4만 원을 썼습니다' '얼굴 옆에 색종이 대 보세요' 등의 답변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거지방. 그렇다면 과연 실제 절약 효과가 있을까? 직접 참여해봤다.

적게는 20명부터 많게는 1500명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거지방이 개설돼 있었다. 여성만 참여할 수 있는 거지방도 다수였다. 고3 거지방, 20대 거지방 등 나이 별로 제한된 거지방도 존재했다.

거지방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재미있는 답변들이 가득했다.
유료 이모티콘은 금지하고, 직접 그린 무료 이모티콘을 사용하라는 규칙을 둔 방도 있었다. 실제로 유료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다른 참여자들의 경고 메세지가 우수수 달렸다.
"시험기간에 몬스터 2캔 사치인가요"라는 질문에 "얼음 물고 하세요"라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원플원할 때 사라'는 절약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락실에서 5000원을 사용했다는 보고에는 '네?' '진짜 미쳤습니다!' '절레절레네요' 등의 꾸중이 빠르게 따라왔다.

사람들의 재치도 엿볼 수 있었다.
한 참여자가 '고독하고 깊은 여자의 한숨 -4500'라는 소비 내역을 올리자 곧바로 '담배 사지 마세요'라는 답변이 따라온 것이다.
또다른 참여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차비를 썼다고 하자, '고물상에 괜찮은 자전거 많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버스 급행을 탈지 일반을 탈지 묻는 질문에 다른 참여자가 '걸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천천히'라고 답하자, 질문자는 '30키론데요'라고 답했다.
직접 그린 무료 이모티콘을 공유하고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작정 지출을 금지하고 타박하지는 않았다.
"학교 우유급식으로 받은 우유를 달고나로 교환해먹었다"는 말에 "물물교환 인정합니다"라며 절약을 칭찬하기도 했다.
부대찌개를 해 먹으려 재료를 사는 것보다 밀키트를 사먹는게 싸지 않을지 고민 중이라는 말에 밀키트가 낫다며 절약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품 추천도 이어졌다.
배달음식을 먹겠다는 말에 포장해서 배달비를 아끼라며 절약을 독려하기도 했다.

타인을 챙기는 따스한 마음들도 엿볼 수 있었다.
몸이 안 좋아 링거를 맞으려는데 사치냐는 질문에 '병원은 사치 아닙니다 가세요' , '아픈 데에는 돈 아끼는 거 아닙니다, 가서 (링거)맞으시고 쾌차하세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병원, 약값, 끼니, 물은 인간의 기본 존엄성이며 사치가 아니고, 끼니 외 간식, 필요 외 소비재는 사치라며 사치의 기준을 정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억지스러운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사람들에게 '진짜 거지냐'고 묻고 모욕한 뒤 나가는 사람들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거지방'이 경기 침체로 직격타를 맞아 위축된 청년 세대가 작은 소비마저 줄이려 하는 모습을 자조적으로 승화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거지'라는 단어의 사용이 실제 가난을 조롱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 참여해보니, 많은 돈을 절약하지는 못해도 소비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진짜 필요한지, 거지방에서 인정해줄지 고민하다보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절약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 같다. MZ세대가 불경기 속에서 웃음으로 힘을 얻는 일종의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에디터 Carrot
tubeguid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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